매우 주관적인 자기소개


조 용 래

나는 소설가가 꿈이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를 좋아했다

베르베르가 소설 ⸢개미⸥에서

개미와 인간과 백과사전을 연결하여 이야기를 쓴 것처럼

나도 서로 다른 것들을 엮고

문장과 문장을 이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것이 좋았다

생뚱맞은 대상을 연결할수록 재밌는 글이 나왔고

문장을 연결해서 호흡을 조절하는 일은 마치 달리는 말의 고삐를 다루는 것 같았다

그렇게, 소설가는 내 꿈이 되었다



그러나 소설을 쓰는 일은 쉽지 않았다

내가 재능이 있는가를 항상 고민해야 했고

나는 청소년 문학상에 도전하는 것으로 나를 시험해보기로 했다

그곳에서 나는 입상도 하지 못한 채 보기좋게 떨어졌다

대상을 탄 작품을 읽어보았다. 내가 가진 재능으론 도저히 쓸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나는 소설가의 꿈을 포기했다

그리고, 나는 더이상 소설책을 읽지 않게 되었다

나는 워렌 버핏처럼 되고 싶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다

세계의 부자들이 어떻게 돈을 벌었는지 찾아보았는데,

나는 빌게이츠처럼 운영체제를 만들 수 있는 것도, 멕시코의 갑부처럼 정경유착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 한 사람, 워렌 버핏처럼 주식으로 돈을 버는 게 가장 만만해 보였다

그렇게, 워렌 버핏은 내 롤모델이 되었다


돈을 많이 벌고 싶었던 나는 경제학과에 들어갔고

입학하자마자 주식계좌를 개설했다

주식투자학회에도 가입했다

학회에서 하는 일은 기업분석

현대차 같은 대기업부터 작지만 알짜배기인 중소기업까지

기업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쓰고 발표하는 일의 연속이었다

분석, 분석, 분석...


남들은 1년, 1년 반 하는 학회에 4년 가까이 남아있으면서

대회에 나가서 우승도 해보고, 꼴찌도 해봤다

주식을 하면서 벌기도 했고, 잃기도 했다

주식투자가 돈을 버는 가장 어려운 방법 중 하나라는 걸 깨닫게 되었을 무렵에

나는 주식투자를 그만두었다

더이상 워렌 버핏은 내 롤모델이 아니었다

그때, 주식계좌의 돈은 원금 즈음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원점으로 돌아와 있었다

나는 인공지능을 만들고 싶었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으로 스마트 혁명을 이끌었듯이

다음 혁명은 인공지능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나는 적어도 세상이 바뀌는 그 한복판에 서 있고 싶었다


인공지능을 공부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기웃거려 보았고

무작정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기 시작했다

책도 찾아 보고, 온라인 강의도 듣고,

누가 시키지도 않았지만 학회를 위한 새 웹사이트도 만들었다

1년여가 걸린 그 웹사이트가 완성될 즈음에

나는 프로그래밍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프로그래밍을 공부해도, 내 소속은 여전히 경제학과였다

정체성의 혼란이 찾아왔다

컴퓨터 과학과를 가자니 초등학생 때부터 프로그래밍을 한 사람들에게 이제 막 시작한 나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경제학과로 돌아가자니 그동안 기껏 배운 것들이 아깝게 느껴졌다

인공지능은 아직 너무 먼 미래였고

경제학도 프로그래밍도 버릴 수 없었던 나는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그 정체성의 혼란 속에서 나는 데이터 사이언스라는 분야를 접했다


Data Science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가치를 추출하는 종합학문이라고 했다

다양한 소스에서 수백만 건의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래밍이 필요하다

수집된 데이터에서 의미있는 결과를 뽑아내기 위해서는 분석이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상상하며 공부했던 프로그래밍과

워렌버핏을 꿈꿨을 때 배웠던 분석이 만나는 지점이었다

데이터 사이언스는 내 정체성의 혼란을 해소해 주었다


빅데이터라는 말이 유행하며 데이터 사이언스의 인기는 높아졌고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라는 새로운 직업이 뜨고 있었다

그러나 나는 데이터 사이언스만으로는 무엇인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데이터에서 통찰을 얻어내는 것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다

나아가 그 데이터를 엮어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생뚱맞은 것들을 연결하기 좋아하던

소설가가 꿈이었던 내가 다시 등장할 차례였다


자신이 꾸었던 꿈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어떤 형태로든, 어느새 자석처럼 그곳으로 이끌려 가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나 자신을 분석하고, 스토리로 엮은 뒤, 프로그래밍하여 웹으로 보여준 바로 이 페이지처럼 말이다

이제, 나는 Data Storyteller가 되고 싶다


나는 데이터로 이야기를 짓는 이야기꾼이 되고 싶다

이 장의 이야기는 앞으로 쓰여질 것이다